[텔레그래프] 잉글랜드 축구 최악의 팀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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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섬 애슬레틱은 잉글랜드 1-8부 리그를 통틀어 유일하게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이지만, 이 서퍽(suffolk) 클럽의 희망은 의외의 'PSG'와의 연결고리에 있다.
BY 벤 블룸 2026/01/12
브랜섬 애슬레틱(Brantham Athletic) 경기장을 둘러싼 몇 안 되는 광고판 사이로, 세계 축구 거대 구단의 로고가 눈에 띈다.
현재 잉글랜드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인 서퍽 시골의 세미프로 팀과, 현 유럽 챔피언(PSG) 사이의 관계만큼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 조합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초 브랜섬의 아카데미가 파리 생제르맹(PSG)의 공식 '이스트 앵글리아(East Anglian)' 허브가 되면서(역주: PSG 아카데미가 브랜섬에 개설되었습니다), 인구 2,500명의 이 마을에서 프랑스 명문 구단의 독특한 에펠탑 로고는 흔한 풍경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브랜섬 애슬레틱은 그 기간 동안 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울버햄튼이 새해 들어 웨스트햄을 꺾고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첫 승을 신고한 이후, 이스미언 리그 노스 디비전(Isthmian League North Division, 8부 리그 상당) 소속인 브랜섬 애슬레틱은 잉글랜드 축구 상위 8개 티어를 통틀어 아직 리그 승리가 없는 유일한 클럽으로 남았다. 25경기에서 승점 단 3점에 그치며 잔류권과는 22점 차이로 벌어졌고, 클럽 창단 139년 역사상 처음으로 맞이한 8부 리그 시즌은 의도와 다르게 심각하게 빗나가고 있다.
피터 크로우허스트 브랜섬 애슬레틱 회장은 "타이타닉호에 물이 차오르는 상황이라면, 지금 우리 코 밑까지 물이 찬 셈"이라고 말했다. "이 리그에서 생존을 위한 산소가 바닥나고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래야만 하니까."
지역 사회 클럽 관계자들이 으레 그렇듯, 크로우허스트 회장 역시 모두가 기억하는 한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온 인물이다. 토요일 테이클리와의 경기를 보러 온 93명의 관중 중 그를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프타임이 되자 구단 관계자들은 회장의 이름을 딴 클럽하우스 내 '크로우허스트 스위트'에 모여 따뜻한 차와 베이컨 롤을 먹으며 몸을 녹였다. 그는 거의 30년 동안 구단 고위직을 맡아왔다.
크로우허스트 회장은 지난 시즌 이스턴 카운티스 리그 프리미어 디비전에서의 승격이 "구단 역사상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말한다. 시즌 마지막 날 500명에 가까운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6-0 대승을 거두며 골 득실차로 우승을 차지한 극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주도 채 되지 않아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선수 절반을 데려갔고, 나머지 절반도 다른 곳으로 떠났다. 크로우허스트는 "맨체스터 시티라도 시즌 시작 전에 선수단 전체를 잃는다면 고전하지 않겠나?"라며 한탄했다.
지역 사정에 어두운 새 감독이 런던에서 두 시간 가까이 통근해야 하는 선수들로 팀을 꾸리려다 보니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10월에 감독과 선수단이 다시 한번 전면 교체되었다. 그 후에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달 브랜섬이 야심 차게 새로운 스타 공격수 영입을 발표했지만, 해당 선수는 하루 만에 마음을 바꿔 친정팀으로 돌아가 버렸다.
크로우허스트는 "6개월 사이에 리빌딩만 두 번 했다"며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팬들 역시 '자학적인 유머'를 최고의 대처법으로 삼았다.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브랜섬 목도리를 두른 폴 어셔는 쌀쌀한 토요일 오후 경기장에서 "우리가 국내 최악의 축구팀이라는 사실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거기엔 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누가 이스미언 노스 리그에서 어중간한 12위를 하고 싶겠나?"
그는 이어 "모든 골을 마치 FA컵 우승처럼 축하하는 것도 좋다. 골이 많이 터지진 않았지만, 들어갈 땐 정말 큰 사건이다. 가끔은 헤딩 경합에서 이긴 것만으로도 환호해야 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이들에게 이번 시즌은 더 암울했다. 하프타임에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던 홈팬 미첼 블레이크모어는 자신의 기이한 불운을 털어놓았다. 그는 오랫동안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응원해왔는데, 미들랜즈를 떠나 서퍽으로 이사 오면서 브랜섬까지 응원하게 되어 성적 부진 팀만 골라 응원하는 셈이 됐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확실히 흥미로운 시즌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린 그냥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다. 운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강등권 경쟁팀인 테이클리를 상대로 경기 전 기대감은 꽤 높았지만, 현실적인 예상은 냉정했다.
킥오프 5분 뒤 도착한 한 관중은 "벌써 지고 있나?"라고 물었다. 경기 시작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브랜섬이 슈팅 기회를 잡자 다른 관중은 "맙소사, 보통 슈팅 한 번 하려면 30분은 걸리는데"라고 말했다.
평소라면 '브랜섬 애슬레틱 울트라스'를 자처하는 마을 10대들이 골대 뒤에 자리 잡았겠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구단을 비판하다 구단 수뇌부와 마찰을 빚어 이날 경기를 보이콧했다. 갈등의 시작은 몇 달 전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으로 구단이 울트라스의 북 사용을 금지하면서부터였다.
북소리가 사라진 고요함 속에서 경기는 큰 사건 없이 나른하게 흘러갔다. 양 팀 골키퍼가 좋은 선방을 보여주었고, 위치 선정이 불운했던 선심이 심판 판정의 항의를 대신 받기도 했으며, 강력하게 걷어낸 공이 이웃집 정원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새 공이 필요하기도 했다. 경기 종료 15분을 남기고 브랜섬의 40세 공동 감독 마이클 브라더스가 직접 교체 투입되어 깔끔한 터치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경기 종료 호각이 울리자 홈팬들은 0-0 무승부를 마치 승리인 양 반겼다. 브랜섬의 14연패 사슬을 끊어낸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맥주를 들이키던 브라더스 감독은 "불가능해질 때까지 잔류할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이어야 한다. 희망을 가지려면 2월 중순까지 승점을 두 자릿수 중반대로는 만들어야 한다. 만약 잘 안돼서 강등되더라도(엄청난 과제이긴 하지만), 지금 꾸린 선수단이라면 다음 시즌에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을 거라 본다."
이번 시즌 결과가 어떻든, 젊은 지역 선수들을 주축으로 새로 꾸려진 1군 팀이 미래에 지속 가능한 클럽의 기반이 되고, 20여 개에 달하는 유소년 팀들에게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있다면, 유니폼에 새겨진 에펠탑 로고가 보여주듯 축구의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의 목표는 더 소박하다. "다음 주 토요일에는 제발 승점 3점을 따게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