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타] 이탈리아 유소년 육성 붕괴의 실체 (전편) 사키이즘이 초래한 ‘아카데미 재능 파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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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민정음핑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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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2251632245.jpg [풋볼리스타] 이탈리아 유소년 육성 붕괴의 실체 (전편) 사키이즘이 초래한 ‘아카데미 재능 파괴’란 무엇인가?

월드컵 4회 우승을 자랑하는 이탈리아가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도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로 밀려났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결과 자체가 아니다. 바조, 토티, 델 피에로와 같은 천재들을 배출해온 ‘재능 대국’에서 이제는 세계를 놀라게 할 선수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출산, 외국인 선수 쿼터, 젊은 선수들의 출전 기회 감소――설명은 이미 충분히 제시됐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결정적인 해답이 되지는 못했다. 본 특집은 성공한 나라가 아니라, 오히려 실패한 나라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축구가 직면한 문제를 검증한다.

 

1~3회에서는 저서 『Oro Sprecato(낭비된 황금)』로 이탈리아 국내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풋볼 아카데미 이노베이션 스트래티지스트’ 다니엘레 랄리의 인터뷰를 통해 이탈리아 유소년 육성 붕괴의 실체에 접근한다. 전편의 주제는 사키이즘이 초래한 ‘아카데미 재능 파괴’다.

 

재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훼손되고 있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월드컵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이번에도 유럽 예선에서 노르웨이에 패하며 플레이오프로 밀려났습니다. 과거에는 바조, 말디니, 토티, 칸나바로에서 피를로, 부폰에 이르기까지 월드클래스 재능을 배출해온 축구 강국이었지만 이제는 발롱도르 후보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릴 선수조차 드문 상황이 됐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 모든 설명을 전면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는 답을 아직 듣거나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저출산이 진행되고 있다거나, 스트리트 축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환경 요인은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된 문제입니다.

 

이탈리아 고유의 문제로는, 클럽이 유소년 육성에 충분히 힘을 쏟지 않는다거나, 외국인 선수가 지나치게 많다거나,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거나, 아카데미와 1군 팀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 등이 오랫동안 지적돼 왔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소년 대표팀에서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지도자들의 수준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대표팀 레벨에서는 스위스나 노르웨이에도 승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재능을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평균적인 수준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슈퍼’라 불릴 만한 선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탈리아에서는 재능이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재능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탈리아의 육성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생산성이 낮은 것은 아닐까, 조직 차원의 KPI, 선수 선발과 평가 기준, 육성 방법론 자체가 잘못되어 있을 가능성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당신이 쓴 『Oro Sprecato(무의미하게 낭비된 황금)』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제시한 문제의식에 큰 흥미를 느껴, 꼭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논의의 방향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카데미의 ‘생산성’이라는 표현은 어떨까요. 우리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 공업 제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산’이라는 단어와 그 배경에 깔린 산업 문화적 논리로 육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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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e Ralli의 저서 Oro Sprecato (무의미하게 낭비된 황금)

 

 

――확실히 그렇군요. 당신은 이 책을 출간한 이후 ‘풋볼 아카데미 이노베이션 스트래티지스트’라는 직함으로 코베르차노(이탈리아축구연맹의 테크니컬 센터)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유벤투스와도 함께 일하고 계시죠. 우선은 그 직함을 출발점으로 삼아, 논의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럼 먼저,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위치에 이르게 되었는지 조금 넓은 맥락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저는 축구라는 문화를 숨 쉬듯이 접하며 자랐습니다. 로마의 산 조반니–아피오 라티노 지구, 프란체스코 토티가 태어나고 자란 곳과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 태어나 자랐죠.

 

저는 훨씬 어린 세대이지만, 부모님은 프란체스코를 알고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저는 프란체스코와 바조, 델 피에로 같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동경하며 축구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10번을 달고 뛰는 선수는 라스파도리입니다.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 후 대학에서 스포츠 과학을 전공하며 전문적으로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오늘날 축구계의 구조, 특히 아카데미 시스템의 실태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재능이 고갈된 것이 아니라 재능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아카데미가 여러 측면에서 기능 부전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모른 척하며 카펫 아래로 밀어 넣으려 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이탈리아적인’ 경향입니다.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인정하고 해결에 나서기보다 못 본 척하며 카펫 아래에 숨겨두고, 결국 무엇인가가 폭발할 때까지 방치하는 것이죠. 그래서 누군가는 그 카펫을 들어 올려야 했고, 냄비의 뚜껑을 열어야 했습니다.

 

그 사실을 인식한 뒤 저는 이 문제를 이탈리아축구연맹(FIGC)에 가져가 논의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큰 저항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운데, 프로 클럽 아카데미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FIGC 연수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여러 클럽 관계자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유벤투스와 함께 일하기도 하고 FIGC의 유스 디렉터 과정에서 강의를 맡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즉, 문제를 탐구하는 한 명의 아마추어라는 입장에서 문제 해결을 돕는 컨설턴트적 위치로 옮겨온 셈입니다. ‘풋볼 아카데미 이노베이션 스트래티지스트’라는 다소 유행어 같은 영어 직함을 만든 것도 장기적으로는 외부인이 아니라 클럽의 일원으로서 이 문제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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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는 ‘생산 라인’이 아니다 — 1군 팀과의 근본적 차이

 

――이탈리아 축구의 침체는 단일한 원인 때문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축구연맹(FIGC)의 정책에서부터 시작해, 클럽 내에서 육성이 차지하는 위치와 전략, 스카우팅과 선수 선발 기준, 육성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요. 이러한 구분 방식이 정확한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우선 접근하기 쉬운 부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하나의 생각을 출발점으로 삼아 논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이 복잡하고 다층적인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빠지기 쉬운 위험 중 하나는, 문제를 환원주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출발점은 이것입니다. 아카데미, 즉 육성 부문은 클럽에 있어 전략적 자산이어야 하며, 그 목적은 단 하나, 큰 잠재력을 지닌 선수를 배출하는 데 있습니다. 그 외의 목표나 목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큰 잠재력을 지닌 선수란 어떤 선수인가. 그는 유일무이하고,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선수,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선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선수만이 프로가 되었을 때 클럽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력 측면에서는 1군 팀의 경쟁력을 높이고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또 이적을 통해 경제적·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도 클럽을 돕게 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딜로이트 풋볼 머니리그를 보면 레알 마드리드의 수익은 10억 유로를 넘는 반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인테르는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유럽 최상위권을 따라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머니리그 톱20에 이탈리아 클럽은 단 세 팀뿐입니다. 이런 현실 속 클럽에 있어 아카데미가 지니는 전략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클럽들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그 답은 ‘아니오’입니다.



당신이 처음 지적했듯이, 이탈리아의 아카데미는 전술적으로 잘 훈련되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좋은 선수’를 길러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표준화되어 있고, 순응적이며, 교과서적입니다. 평균 점수는 높지만, 두드러진 개성이나 강점은 없습니다. 주어진 과제는 훌륭히 수행하지만, 사전에 정의된 틀을 벗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이것이 지금 이탈리아 육성이 향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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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그것은 아카데미 모델 자체가 바로 그런 유형의 선수를 만들어내도록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표준화하고, 평균화하고, 길들입니다. 놀라운 것은, 육성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조차 ‘요즘 아이들은 다 평균적이다’라고 한탄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런 모델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니, 그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의 논의는 전제이자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이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왜 그런 구조가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죠. 축구 클럽과 아카데미는 문화적 진공 상태에서 생겨나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영향을 받으며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제가 그런 관점에서 이탈리아 아카데미를 분석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점은, 그들이 1군 팀을 참조 모델로 삼아 조직되고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파괴적인 연쇄 작용을 낳고 있는지 그 부분을 조금 더 파고들어보겠습니다.”

 

――‘1군 팀을 참조 모델로 삼는다’는 것이, 경기 모델 같은 그라운드 위의 전술 이야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운영 방식이나 평가 기준에 관한 이야기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네, 조직 구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군 팀의 존재 방식을 그대로 모델로 삼아 그것을 아카데미에 이식하고, 그것이 조직 전체에 혈관처럼 퍼져 나갑니다.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몸 어딘가에 염증이 생기면 콜레스테롤이 들러붙지요. 마찬가지로 조직 내부에도 ‘문화’가 들러붙습니다. 무엇이 들러붙는가. 우리가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일하고 있다는 환상입니다.

 

1군 팀과 닮아 있는 것은 무엇이든 옳고 좋은 것으로 간주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로 여겨집니다. 1군과 같은 완벽한 잔디를 갖춘 시설에서 1군과 같은 축구를 하고 있다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결과, 아카데미는 모든 면에서 1군의 흉내를 내게 됩니다. 조직, 시설, 훈련장, 사용하는 언어, 목표, 모든 것이 1군과 동일해집니다. 왜냐하면 그곳을 지배하는 사고방식이 선형적 인과관계론이기 때문입니다. A가 있으면 B가 되고, B가 있으면 C가 된다는 식이죠.



그러나 축구도, 조직도, 사회도 복잡계입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카데미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가 ‘우리는 뛰어난 재능을 배출하고 새로운 토티와 델 피에로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결과, 퍼포먼스, 그리고 순위표 이 세 가지입니다.

 

당신이 처음에 아카데미의 KPI에 대해 언급했지요. 그들의 KPI는 모두 눈앞의, 단기적인 지표들입니다.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그 결과, 클럽 내부에서도, 미디어에서도, 책임은 항상 지도자에게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행동을 규정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급여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단기적인 결과로 평가받는다면 당연히 눈앞의 경기에 이기기 위해 일하게 되겠지요. 그것은 필연입니다. 하지만 만약 유스 디렉터가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시즌이 끝난 뒤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눈앞의 결과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급여 역시 보장되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모든 것이 단기적인 결과에 좌우되는 세계입니다.”

 

――이탈리아 지도자들의 커리어를 보더라도, 아카데미에서 ‘결과’를 남겨 1군으로 올라가는 흐름이 존재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두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하나는 처음에 언급했던 산업 문화에 관한 것입니다. 당신도 ‘생산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우리 모두는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생산성’, ‘선수를 만든다’, ‘프로덕트한다’ 같은 표현이 왜 문제일까요? 그것은 그 배경에 산업적 논리를 깔고 있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가 하나의 생산 라인이 됩니다. 생산 라인은 표준화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입니다. 그 안에서는 유니크한 것은 배제될 운명에 놓입니다. 그리고 그 표준화의 기준이 되는 것은 1군의 축구입니다. 전술적이고 조직적이며, 마치 체스 경기와 같은 축구선수의 축구가 아니라 지도자의 축구입니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인데, 최근에는 1군뿐 아니라 아카데미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측정 가능한 지표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러한 경향이 노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1군을 복제하자, 산업 모델을 도입하자’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문화로서 암묵적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입니다.

 

선수를 ‘프로덕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생산 라인과 같은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그 안에는 효율과 최적화의 문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GPS를 사용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측정 가능한 지표를 통해 평가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대학에서 스포츠 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선수의 퍼포먼스와 성장을 평가하는 데 있어 측정 가능한 지표가 유용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쪽으로 의식이 향하면 향할수록,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더 중요한 것들을 잊게 됩니다. 창의성, 대담함, 판타지, 직관, 관계성, 번뜩임, 그리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순간과 같은 요소들이 점점 가치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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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아카데미 이노베이션 스트래티지시트’ 다니엘레 라렐리

 

‘학교 모델 × 이탈리아의 문화적 특성’의 함정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육성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아카데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학교 모델’이라는 사실입니다. 학교란, 학생을 사회에 적합한 인간으로 형성하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학교 모델의 기반은 19세기 프로이센에 있습니다. 공장이나 군대에서 일할 수 있는, 복종적인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설계된 모델입니다. 그것이 창의적인 축구 선수를 길러내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학교는 본질적으로 평준화하고, 길들이기 위한 시스템이니까요. 우리는 그 기본 원리를 학교에서도, 스포츠에서도 똑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에서는 연령별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있죠. 이것은 극히 ‘학교적인’ 발상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축구 선수를 육성하는 데 정말 의미가 있는가, 저는 의문입니다.

 

저는 아들과 공원에 갈 때 ‘저기는 U-8용 미끄럼틀이고, 저쪽은 U-11용 그네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학교 모델의 핵심은 ‘어른의 존재’입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있는 순간, 곧바로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top-down) 관계가 형성되고, 즉시 학교가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지금까지 여러 방면에서 이탈리아 아카데미의 문제점을 열거해왔지만 저는 이러한 분석을 단지 비판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되, 어디까지나 건설적인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 시스템이나 아카데미 시스템에 관해서는 스페인이나 잉글랜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탈리아 축구가 현재 지니고 있는 문화적 특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라마다 문화는 다르죠.

프랑스에 대해 흔히 이야기되는 것은 ‘클레르퐁텐이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프랑스를 축구적으로 프랑스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방리외, 즉 대도시 외곽의 저소득층 집단 주거 지역입니다.

 

지단, 앙리에서부터 캉테, 벤제마, 음바페, 뎀벨레, 셰르키에 이르기까지, 톱 플레이어의 대다수는 사회적 계층이 낮은 이민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방리외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금도 스트리트 축구의 환경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바로 그 환경 속에서 성장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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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탈리아 축구, 그리고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에도 이탈리아 특유의 문화적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키이즘의 유산’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아리고 사키와 그 계승자들로부터 확산된 논리가 이탈리아 축구 시스템 전체에, 특히 육성 시스템 안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이것은 파괴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축구 문화를 완전히 바꾸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 되었다” 사키이즘이 왜곡한 가치관

 

――사키즘이라는 것은, 주로 플레이의 조직화라든가 전술주의 같은 것을 가리켜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것도 그 일부입니다. 사키는 이탈리아 축구 문화를 전술이나 훈련 방법론뿐만 아니라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라는 가치관의 차원까지 포함해 극적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아카데미에도 피할 수 없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키이즘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해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1980년대 이탈리아 사회에는 뚜렷한 대립 구도가 존재했습니다. 한쪽의 ‘옛 질서’는 잔니 아녤리, FIAT, 그리고 제조업이었습니다. 다른 한쪽의 ‘새로운 질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그의 지주회사 Fininvest, 그리고 미디어와 부동산이었죠. 아버지가 자주 이야기해주셨는데, 당시 이탈리아는 경제 호황에 들떠 있었고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1986년 베를루스코니는 AC밀란을 인수했고, 사키를 감독으로 앉혀 이탈리아와 유럽을 석권했습니다. 당시의 사키는 신인 감독이었고, 이단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렇다면 사키는 무엇을 했는가. 그는 네덜란드의 토털 풋볼을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그 토털 풋볼의 근간에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창의적 개인주의였습니다.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가에 대한 주도권은 선수들이 쥐고 있었습니다. 전술적 배치는 존재했지만, 그것은 매우 유동적이었고 창의성과 관계성에 의해 보완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키는 그것을 그대로 이탈리아에 가져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축구관과 가치관을 덧붙였습니다. 하이 프레스나 존 디펜스는 이미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이었습니다. 사키가 추가한 것은 규율, 복종, 자기희생, 하드워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그 일부였던 가족 경영 공장과도 같은 가치관이었습니다.

 

사키이즘은 축구 전체에 크고도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 변화란, 주인공이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체스와도 같은 경기는 사키가 이러한 발상을 축구에 도입한 결과입니다. 

 

그에게 있어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고, 선수는 그 지휘에 따라 정해진 파트를 연주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됩니다. 선수의 직관보다 감독의 아이디어가 더 큰 가치를 갖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탈리아 축구를 완전히 파괴한 하나의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피지컬을 중시하는 가치관입니다. 사키는 네덜란드 축구를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인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민족입니다. 이탈리아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선수는 애슬리트(운동선수)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시스템은 이 논리에 지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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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고 사키 (오른쪽)

 

피지컬 지상주의라는 역설

 

 

――최근 스위스의 CIES 조사에서, 세리에 A가 유럽 각국 리그 중에서 가장 평균 신장이 높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이 아니라 세계입니다. CIES의 랭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니까요. 이탈리아 리그가 세계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높다니, 터무니없지 않습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세리에 A 클럽들의 전력 보강에 대해, 어떤 스포츠 디렉터는 피지컬 강도를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축구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고 있다기보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죠. 하지만 거기에는 큰 역설이 있습니다. 우리는 페드리를 보고, 그의 플레이에 매료됩니다. 이탈리아에도 그런 유형의 선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선수를 길러내려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지점에도 사키의 존재가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의 근본에, 진지하게 전쟁을 걸었습니다. 그 대상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10번’, 판타지스타입니다. 그의 고정적이고 도식적인 4-4-2 시스템에서 메짜 푼타(Mezza Punta)는 이단이었고 불필요한 존재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메짜푼타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바조, 시뇨리, 도나도니와 같은 선수들에게 전쟁을 걸었습니다. 굴복하지 않는 자는 벤치로 보내졌고, 굴복한 자는 측면으로 밀려났습니다. 그의 애제자 안첼로티 역시 바조와 졸라를 방해물처럼 취급했습니다.”

 

――어느 시기까지는 그랬지요.

 

“네. 안첼로티가 훌륭한 이유는, 현재의 그는 오히려 관계적 축구를 가장 잘 구현하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다만 제가 지금 말하고 싶은 핵심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사키의 축구가 이탈리아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부정했다는 점입니다.

 

이탈리아의 문화는 카테나치오와 카운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마키아벨리, 단테,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축구에도 그런 예술적 민족성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키의 등장 이후, 우리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았고 결코 속해본 적도 없는 유형의 축구에 완전히 동조했고, 스스로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부정해버렸습니다.

 

저는 지금 이 나라에 퍼져 있는 축구를 ‘공을 사용하는 크로스핏’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게임은 우리의 것이 아니며, 그 안에서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플레이밖에 할 수 없습니다. 산드로 마촐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공을 다루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피지컬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피지컬에 집중했고, 공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탈리아라는 정체성을 잊고,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다가 결국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로 돌아가지 않은 채, 다른 누군가를 모방하려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처럼, 혹은 벨기에나 노르웨이처럼. 그것이 바로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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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S의 논쟁. 제도화를 가속화한 FIGC의 사상

 

 

――FIGC 유소년 대표 코디네이터인 마우리치오 비시디는 ‘칠린드라타(배기량 지수)’라고 이름 붙인 지수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키 × 체중을 30m 달리기 기록의 제곱으로 나눈 값입니다. 몸집이 크고 발이 빠를수록 수치가 커집니다. 이 지수를 중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문도 있지만, 하나의 방향성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키라는 개인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오히려 그의 사고방식, 그가 남긴 유산을 계승한 사람들, 그리고 그가 제시한 방향성과 메시지를 믿고 그쪽으로 돌진해버린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게 말하라면 비시디도 그중 한 명입니다. 2010년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월드컵에서 참패한 뒤, FIGC는 사키를 유소년 대표 코디네이터로 임명해 클럽 이탈리아의 재편을 맡겼습니다. 사키는 자신의 오른팔로 비시디를 불러들였고, 그들은 클럽 이탈리아를 더욱 프로페셔널한 조직으로 바꾸어 갔습니다. 매치 애널리스트 부문, 스카우팅 부문 등 많은 영역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이탈리아 전역을 돌며 이런 메시지를 퍼뜨렸습니다. ‘우리는 경기장 전체에서, 팀을 위해, 팀과 함께 플레이하는 애슬리트를 원한다. 항상 쉬지 않고 뛰며, 팀에 헌신하고, 개인주의를 갖지 않은 선수를 원한다.’

 

문제는 이것을 톱팀이 아니라, 유소년 아이들에게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그 한편으로 비시디는 언론 앞에 설 때마다 ‘재능이 없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선수가 자라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퍼뜨린 메시지가 스며든 결과이기도 합니다.

 

비시디는 2014년에 사키의 뒤를 이었을 때 TIPSS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이것은 네덜란드의 아약스가 채택해 온 TIPS(테크닉, 인텔리전스, 퍼스널리티, 스피드)를 인용한 것이지만, 그는 거기에 S 하나를 더 추가했습니다. 그것은 스트루투라(struttura) 또는 스타투라(statura), 즉 ‘체격’을 뜻합니다.

 

왜 그것을 더했을까요? 그들 또한 다른 아카데미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결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항상 유소년 세대의 경기 결과는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얼마 전 U-17 월드컵이 끝났습니다. 이탈리아는 준결승에서 오스트리아에 패했고, 3위 결정전에서 브라질을 꺾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대표팀 명단에서 1~3월생이 61.9%를 차지한 반면, 10~12월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태어나 생물학적 성숙이 빠른 선수들, 전술적 이해도가 높고 대표팀에 대한 강한 소속 의식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성과가 FIGC 상층부의 자리를 지탱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라비나 회장과 비시디가 반복해 말하는 내러티브는 ‘미래는 밝다’는 것입니다. 내가 처음 그 말을 들은 것은 2017년이었는데, 그 이후로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U-17과 U-19 대표팀의 성적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A대표팀은 EURO 2020에서 우승했습니다. 하지만 U-21의 성적은 그만큼 좋지 않고, A대표팀도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계속 놓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U-20까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톱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U-20까지는 큰 성과가 없었지만, U-21과 A대표팀은 강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을 배출했습니다. FIGC 관계자들은 ‘재능은 자라고 있지만 클럽이 경기에 기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미래는 밝다고 계속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아탈란타의 스카우팅 책임자 로베르토 마르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소년 대표팀이 스페인이나 프랑스와 대등하게 싸우는 것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면 나는 프랑스를 바라볼 것이다.’

 

이는 곧, 이탈리아에는 영입하고 싶은 선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EURO 2020 우승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자면 우발적인 사건이었고, 나중에 보게 되겠지만 FIGC의 시스템 안에서는 오히려 이단에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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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Michio Katano

 

https://www.footballista.jp/feature/21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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