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래프] 아르센 벵거는 자신의 상사를 보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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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텔레그래프] 아르센 벵거는 자신의 상사를 보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감독 시절 기득권을 뒤흔드는 것을 즐겼던 이 프랑스인은, 이제 권력에 취한 FIFA의 지배자에게 감히 맞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By 샘 월레스 2026.01.26

올해 76세가 되어 세계 축구계의 가장 저명한 원로 중 한 명이 된 아르센 벵거가 자신의 상사이자 FIFA 회장인 잔니 인판티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목요일, 두 사람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무대에 함께 올랐다. 이날은 인판티노가 도널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또 한 번 듣기 민망한 즉흥 연설을 늘어놓을 수 있는 자리였다. FIFA의 글로벌 축구 발전 책임자인 벵거는 인판티노에 이어 무대에 올라, 심지어 그조차도 불편해 보일 만큼 아부성 짙은 질문들에 답해야 했다.

 

권력에 취해 자기 자신에게 푹 빠진 인판티노의 연설을 객석에 앉아 듣던 벵거는, 그 방에 있던 다른 이들처럼 스스로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image.png [텔레그래프] 아르센 벵거는 자신의 상사를 보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벵거는 아스날에서 22년 동안 영광과 슬픔을 모두 겪으며 군림했던 프리미어리그의 거인은 더 이상 아니다. 하지만 현재 FIFA에서 그는 축구의 미래에 관한 가장 중대한 결정들이 내려지는 핵심 권력층에 근접해 있다.

 

그 결정들은 그가 경기 규칙 도입을 추진해 온 '데이라이트 오프사이드(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에 틈이 있어야 오프사이드로 간주)'나 그가 지지했던 '격년제 월드컵' 같은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문제, 바로 2030년 이후의 글로벌 축구 일정 재편이다. 이는 FIFA, UEFA, 각국 리그 및 협회 간에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전쟁이다. 축구계의 미래 수익을 둘러싼 이 전쟁에서 인판티노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벵거는 2019년부터 FIFA에 몸담아 왔으며, FIFA 소속 최빈국들에 현대적인 방식과 최신 인프라를 도입하려는 그의 열정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그는 돈도, 명성도 필요치 않은 사람이다. 다보스 인터뷰 후반부에 그는 높은 교육 수준과 축구 강국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열정적으로 역설했다. 그는 FIFA의 재분배가 축구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반박할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론 이것이 현직 회장이 각국 협회로부터 표를 확보하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 또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축구계에 남겠다는 그 모든 열정에도 불구하고, 인판티노 옆자리를 지키는 것은 너무 큰 대가처럼 느껴진다. 축구계의 가장 큰 변화들의 중심에 선 파괴자 인판티노는 자신의 지정학적 권력 게임을 위해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모하메드 빈 살만과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인판티노가 자신의 본진인 축구계 내에서 신뢰성을 유지하려면 벵거와의 동맹 또한 중요하다.

 

 

이 위대한 프랑스인은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하며 아스날에서 세 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그 과정에서 축구와 정치, 재정 등 여러 분야의 교차점에 대해 당대 가장 박식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 되었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신뢰성을 부여해 준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무명의 스위스 행정가(인판티노)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청년과 같은 활력

 

8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벵거는 정원을 가꾸거나 일요일 소파에 앉아 스카이 스포츠나 보는 삶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의 주 거주지는 취리히이며 파리에도 집이 있다. 런던 북부 토터리지에는 여전히 그의 집이 있는데, 그는 영원히 그곳의 가장 유명한 주민일 것이다. 그가 20년 동안 집으로 삼았던 런던으로 계속 돌아오는 이유는 그의 외동딸 레아가 그곳에 살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아스날을 떠난 이후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image.png [텔레그래프] 아르센 벵거는 자신의 상사를 보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22년 간의 재임 기간을 마치고 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아르센 벵거

 

 

 

그는 축구 성적이 가장 저조한 국가들에 21세기 축구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FIF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잦은 출장을 다닌다. 지난 2년 동안 30개국을 방문했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경제 대국뿐만 아니라 바누아투나 지부티 같은 외진 곳까지 닿았다. 웨일스 역시 혜택을 받은 곳 중 하나다.

 

그와 동행한 이들은 벵거가 훨씬 젊은 사람 못지않은 활력으로 살인적인 회의와 비행 일정을 소화한다고 말한다. 설립된 48개의 FIFA 아카데미 중 다수는 유명 감독이 으레 익숙해졌을 법한 럭셔리함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다. 벵거는 단순한 신조를 설파한다. 좋은 재능 발굴 시스템을 통해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최고의 유망주들이 전문 코칭 아래 함께 훈련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의 일환으로 FIFA는 2010년대 초 프리미어리그 유소년 발전 혁명을 설계했던 영국인 게드 로디를 영입했다. 럭비협회(RFU)에서도 일하는 로디는 엘리트 스포츠계의 거물이다. 리처드 스쿠다모어 전 프리미어리그 CEO 휘하에서 그는 '엘리트 선수 성과 계획(EPPP)'을 만들었고, 이는 메이저 대회 우승에 근접했던 잉글랜드 축구의 황금세대를 배출해 냈다.

 

로디 외에도 벵거의 네덜란드인 부관 스티브 마르텐스가 있으며, 이들 개발 부서는 세계 축구 지도에 거의 존재감이 없던 곳들에 현대적 관행을 도입해 왔다. 하지만 인판티노에게 유용한 것은 벵거의 전문성과 에너지뿐만이 아니다. 벵거는 인판티노 회장이 추진하는 여러 프로젝트의 간판 역할도 해왔다.

 

2021년 제안되었다가 폐기된 격년제 월드컵 계획, 그리고 이를 대체한 인판티노의 새로운 수익 창출원인 확대된 FIFA 클럽 월드컵 모두 벵거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FIFA 상금에 기뻐하는 클럽 구단주들을 제외하고, 지난여름 미국에서 열린 이 대회를 지지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 중 하나였다.

 

우리는 벵거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가 유명 선수들이 전통적으로 휴식을 취하던 한여름에 클럽 축구를 하는 것의 이점을 진심으로 보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가 아스날 감독 시절 선수 혹사와 재정적 불평등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속마음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

 

벵거의 지인들은 데이라이트 오프사이드나 심판에게서 시간 측정 권한을 박탈하는 등의 규칙 변경 제안들이 그의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들이 경기를 개선할 것이며, 적어도 시범 운영해 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공격수의 신체 일부가 아닌,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에 틈이 발생해야 오프사이드로 간주하자는 '데이라이트 오프사이드' 규칙 변경은 벵거의 아이디어였다. 현업 종사자들로부터 현실성 없다는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벵거는 시범 운영을 밀어붙였고 이는 오는 4월 캐나다 프리미어리그 새 시즌에 적용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실패할 운명으로 보이며, 물밑에서는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심판위원장과 같은 FIFA 내 다른 주요 인물들에 의해 조용히 사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자잘한 조정들은 2030년 이후 축구가 직면할 거대한 결정들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다. 1996년 잉글랜드 축구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이국적이었던 이 프랑스인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눈빛으로 기득권의 거물들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FIFA의 거물(인판티노)에게 맞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매우 어울리지 않는 파트너십

 

다보스에서 벵거는 비대해진 48개국 월드컵을 지지하며 이를 "중요한 진전"이라고 표현했다. 조별리그 72경기를 치르고도 겨우 16개 팀만 탈락하는 방식이다. 축구 확산에 대한 그의 열정과는 별개로, 그는 최고 수준의 축구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엘리트주의자였다. 48개국 월드컵은 인판티노가 지루할 정도로 뻔하게 "104번의 슈퍼볼"이라 지칭하는 104경기 중 다수에서 그 수준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앞으로 내려질 가장 큰 결정들에 있다. FIFA의 첫 번째 과제는 올해 6월과 7월에 열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다. 트럼프의 변동성과 공동 개최국인 캐나다, 멕시코와 미국 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2027년, 인판티노는 FIFA 회장 재선에 도전할 것이다. 그의 아프리카 지지 기반에서 불안한 조짐이 감지되기도 하지만, 현직 회장의 패배에 돈을 거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그가 새로운 임기를 확보하면, 2030년 이후의 축구 일정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할 때가 올 것이며, 이는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 일정을 통제하는 자가 축구를 통제하고, 엘리트 클럽 축구의 막대한 중계권 수익을 거머쥐게 된다.

 

image.png [텔레그래프] 아르센 벵거는 자신의 상사를 보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벵거는 인판티노의 논란이 많은 정책들을 다수 지지해 왔다.

 

 

인판티노가 현대 축구를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FIFA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제안은 현재처럼 시즌 내내 국내 리그, 유럽 대항전, 국가대표 경기가 섞여 있는 방식 대신, 이 세 가지가 각각 별도의 기간을 가지고 독점적으로 치러지는 방식이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전통적인 8월~5월 시즌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203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북반구의 전통적인 여름 시즌에 대회를 개최할 수 없기 때문에 또 한 번의 겨울 월드컵이라는 격변이 불가피하다.

 

마지막에 어떤 제안이 나오든, 벵거가 FIFA에 의해 불려 나와 승인 도장을 찍어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쩌면 축구 발전 부서의 전문가 팀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옳다고 결론 내릴 수도 있고, 아니면 벵거가 마침내 인판티노와 동의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 만약 후자의 상황이 온다면, 이 매우 어울리지 않는 파트너십은 신속하게 끝날 것이다.

 

만약 인판티노가 실제보다 20년 일찍 권력을 잡았다면, 그의 가장 확고한 반대자 중 한 명은 그 시대의 아스날 감독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다보스에서 인판티노가 상당 부분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설을 지켜본 뒤,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그와 함께 어색하게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사람 말이다.

 

https://www.telegraph.co.uk/football/2026/01/26/inside-arsene-wenger-gianni-infantino-relatio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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