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잉글랜드 축구의 훈련장 군비 경쟁 속으로 - 스마트 소변기, '권력의 복도', 그리고 F1 시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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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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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디 애슬레틱] 잉글랜드 축구의 훈련장 군비 경쟁 속으로 - 스마트 소변기, \'권력의 복도\', 그리고 F1 시뮬레이터
Photos: Getty Images; design: Kelsea Petersen
 
 
Gregg Evans
Oct. 14, 2025 1:15 pm GMT+9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까지만 해도,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은 선수들이 그들의 훈련장을 방문하기도 전에 계약을 체결해버리곤 했다.
 
2002년의 볼턴 원더러스도 그랬다. 당시 팀의 감독이던 샘 앨러다이스는 파리 생제르맹에서 제이제이 오코차를 영입하고자 했고, 그는 선수를 설득하기 위해 그들의 낡은 훈련장이 아닌 구단의 최신식 리복 스타디움으로 그를 데려갔다. 오코차는 훗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조사를 제대로 안했죠. 당시 우리는 탈의실조차 없어서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옷을 갈아입었어요!”
 
허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오늘날 훈련장은 구단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특히나 새로운 선수들은 훈련장 시설에 끌린다. 선수들은 계약 전, 구단의 영입 부서가 제작한 영상 투어를 통해 훈련 시설을 미리 살펴보며, 그 영상에는 대개 장엄한 음악과 함께 멋지게 편집된 장면들이 담기게 된다.
 
지난 여름 바이어 레버쿠젠을 떠나게 된 플로리안 비르츠가 리버풀을 선택한 핵심 요인 중 하나도 리버풀의 커크비 훈련 단지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안필드에서 열린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 출전한 다음 날 커크비를 직접 방문했는데, 그곳의 완벽한 시설은 그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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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안 비르츠는 레버쿠젠 소속이던 당시 리버풀의 시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 Nikki Dyer / LFC / Liverpool FC via Getty Images
 
 
비슷한 사례로, 벨기에 골키퍼 센느 라멘스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훈련 기지인 캐링턴을 맨유 이적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캐링턴은 지난 여름 £50m의 예산이 투입되어 개보수된 바 있다. 라멘스는 구단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온라인에서 많은 부분들을 봤지만, 실제로 와서 보니 완전히 다르더군요. 최고 중의 최고입니다. 모든 게 새롭습니다.”
 
이런 선수들이 유별난 것도 아니다. The Athletic은 이번 기사를 위해 여러 구단의 영입 관계자들과 접촉했고, 신분 보호를 이유로 일부 익명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선수들이 구단의 일상적인 훈련 환경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이적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아직 기준점이 적고 커리어 초기에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이에 한 영입 담당자는 젊은 선수들이 구단의 훈련장을 방문하는 모습을 “대학교 입시설명회"로 묘사하기도 했다. 즉, 각 구단들이 서로 경쟁하듯 가장 뛰어난 시설을 자랑하며 유망주들을 데려오려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잉글랜드 엘리트 축구 내에 비공식적인 훈련장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단들은 서로를 능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으며, 이를 통해 최고의 재능들을 끌어들이고 현재 소속된 스타 선수들의 잔류를 설득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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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스포츠 과학이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잉글랜드 축구의 훈련장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심지어 상위권 구단조차도 훈련장은 그럭저럭 쓸 만한 수준에 그치거나, 최악의 경우 낡고 비좁은 시설에 불과했다. 심지어 윔블던과 크리스탈 팰리스는 1부 리그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공원 잔디밭에서 훈련을 진행했고, 감독들은 개 산책을 나온 시민이나 조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훈련을 지휘하곤 했다. 리버풀의 역사적인 옛 멜우드 훈련장 역시 주택가와 바로 맞닿아 있었다. 이에 동네 주민들이 담장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담 너머로 자신들의 영웅들을 엿보는 풍경 또한 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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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팬들이 옛 멜우드 훈련장 담장 너머로 훈련을 구경하는 모습 - Paul Ellis/AFP via Getty Images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유서깊은 더 클리프를 떠나 새로 지어진 전용 훈련 단지 캐링턴에 입성하기로 한 결정은, 보다 전문적이고 보안적인 훈련 환경으로 나아가는 시대적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 선도적인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은 성장의 필요성에 힘입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진화를 이어왔다.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의 퍼포먼스 센터를 보유한 미국의 존재도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잉글랜드 구단들은 NFL, NBA, 그리고 상위권 대학 미식축구 프로그램의 최첨단 시설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냈다.
 
미국 축구 연맹은 오는 4월 애틀랜타 인근에 200에이커 규모의 국가대표팀 훈련센터를 개장할 예정이다. 이곳은 미국 축구의 새로운 본거지가 될 것이며, 내년 6월과 7월에 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을 대비해 미국 대표팀에게 충분한 준비 여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허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뒤처질 때의 대가 또한 뼈저리게 느낀 바 있다. 2022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두 번째 맨유 커리어를 마치고 구단을 떠날 당시, 자신이 13년 전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을 때와 비교하여 캐링턴이 "과거에 멈춰 있으며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의 혹평은 구단 내부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현재 캐링턴은 첨단 기술로 무장된 시설로 탈바꿈했다. 그들은 터치스크린 기반 훈련 프로그램, 수중 러닝머신, 그리고 선수들의 수분 상태를 모니터링하도록 설계된 ‘스마트' 소변기’까지 도입했다. 또한, 자전거와 로잉머신이 구비된 고지대 훈련실은 엘리트 스포츠계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시설 중 하나로 꼽히며, 9개의 치료용 침대가 있는 트리트먼트 룸과 MRI, CT, 전신 스캐너 등이 갖춰진 의료 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이외에도 4개의 회복 풀, 업그레이드된 사우나와 스팀룸 공간이 마련되어 선수들의 회복 효율 또한 극대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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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모델링된 캐링턴 훈련장 내 1군 드레싱룸 - Nigel Young/Foster + Partners
 
 
멘유는 '훈련' 외적인 부분에도 변화를 가져갔다. 그들은 바버 스튜디오,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가 특히 즐겨 사용한다고 알려진) F1 레이싱 시뮬레이터, 그리고 드레싱룸 인근 과일 및 커피 스테이션 옆의 휴게 공간까지도 새로 설치했다.
 
물론 새로운 캐링턴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The Athletic이 지난 화요일에 보도했듯, 이곳에는 현재 U-21 및 U-18 팀을 위한 전용 공간이 없어서, 그들은 임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다만, 구단은 이미 전용 아카데미동 건설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1군 선수단은 일단 전반적으로 매우 훈련장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맨유는 실상 라이벌들을 따라잡는 중일 뿐이다. 같은 도시 맨체스터에 위치한 맨체스터 시티는 오래전부터 에티하드 캠퍼스를 통해 업계 최상의 기준을 제시해왔다. 이곳은 1군과 유스 아카데미가 동일한 단지 내에서 함께 운영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시설의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리버풀 역시 마찬가지다. 2020년, 리버풀은 멜우드를 떠나 커크비 지구에 위치한 £50m 상당의 AXA 트레이닝 센터로 훈련장을 이전했다. 이곳에는 정식 규격 피치 3면과 스포츠 홀, 수영장, 하이드로테라피 시설, 전문 재활 치료실, 그리고 스태프 전용 사무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또한, 구단은 최근 훈련장 내에 커피숍을 설치했는데, 모하메드 살라, 도미닉 소보슬라이, 버질 반 다이크, 커티스 존스 등의 선수들이 이곳을 애용하고 있다. 리버풀은 해당 공간을 통해 선수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었으며, 팀의 유대는 2024-25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에 리버풀의 스포팅 디렉터 리처드 휴즈는 지난 9월에 열린 IMG x RedBird Summit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 선수들이 부족함을 느낄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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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커크비 훈련장의 최첨단 체력 단련실 - Andrew Powell/Liverpool FC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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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정교하게 잘 구성된 훈련장을 제공하기 위한 경쟁은, 여러 면에서 프리미어 리그 우승 경쟁만큼이나 치열하다.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미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가운데, 아스날과 첼시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토트넘 홋스퍼, 아스톤 빌라, 그리고 레스터 시티 역시 선두권에 속한다. 특히 레스터는 2021년에 개장한 새 훈련 센터에 약 £100m를 투자한 바 있다. 본머스도 최근 £32m 규모의 새 훈련 본부를 열었고, 노팅엄 포레스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또한 시설 전면 개보수를 완료했다.

 

훈련장 투자 금액은 막대하게 느껴지지만, 이는 동시에 매우 현명한 투자이기도 하다. 훈련장 개선에 쓰이는 인프라 투자 비용은 프리미어 리그의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규정(PSR) 계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구단들은 그들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인 선수들과 그들의 건강(그리고 가치)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 확충에 과감히 나서고 있다.

 

또한, 훈련장은 도심 외곽 부지나 준농림 부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복잡한 도시 계획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기장 재개발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개발이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탈 팰리스는 £20m을 들여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새 아카데미 시설을 불과 19개월 만에 완공했다. 반면, 그들의 홈구장 셀허스트 파크의 한쪽 스탠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발표된 지 거의 8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진전이 거의 없는 상태다.

 

2부 리그인 챔피언십에서도 선수 회복 공간 개선을 위한 투자와 의지가 커지고 있으며, 잉글랜드 축구 협회 또한 선도적인 구단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세인트 조지스 파크의 시설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이곳은 스태퍼드셔 시골 지역에 위치한 330에이커 규모의 고성능 훈련 단지로, 잉글랜드 남녀 대표팀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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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남녀 대표팀의 훈련지 세인트 조지스 파크 – Gary Oakley / The FA / The FA via Getty Images

 

 

 

올해 초 FA는 3년에 걸친 단계적 리모델링 계획을 시작했다. 우선, 그들은 악천후에도 훈련이 가능하도록 잔디의 내습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피치 인근 허브 시설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남자 대표팀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팀 미팅에서 사용할 터치스크린 TV 설치를 요청했고, 여자 대표팀의 사리나 비그만 감독은 레이저 포인터와 프로젝터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에 현재 이 두 가지 장비 모두 메인 브리핑룸에 설치되어 있으며, 메인 훈련장 피치 옆에는 대형 고정 스크린 TV가 새로 마련되었다. 비그만 감독은 이전까지 합숙 기간 동안 외부에서 임시로 들여온 TV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번 시설 개선을 특히 반기고 있다.

 

그러나 가장 대대적인 개보수가 이뤄진 곳은 선수들의 휴식 시간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휴게 공간이다. 이곳에는 (최근 많은 구단 훈련장들에 설치되어 있는) 빠델 코트, 골프 시뮬레이터, 카페, 그리고 선수 피드백을 반영한 맞춤형 공간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세인트 조지스 파크 총괄 매니저 앤디 세이버리는 The Athletic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선수들이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세이버리는 FA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음을 인정했다. 그는 2012년 세인트 조지스 파크가 처음 개장한 이후,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약 75%가 시설을 더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추정하며, 이에 FA가 약 80개 이상의 외부 훈련 단지를 조사, 분석하여 철저한 연구를 거쳐 향후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세이버리는 덧붙였다. “이제 선수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수준이 또 한 단계 더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하나의 캠퍼스와 같은 분위기로 만들려 합니다. 이는 훈련 시간이 아닌 비훈련 시간의 경험에도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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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Flow)’은 이제 훈련장 설계에 있어 가장 자주 언급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로, 새로운 시설의 설계에 있어 핵심 개념이 되었다.

 

그 목적은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불필요한 방해 없이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매끄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이버리는 이렇게 덧붙였다. “핵심은 선수들이 가능한 한 직선으로, 곧장 훈련장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세인트 조지스 파크가 아직 그 이상적인 흐름을 완벽히 구현하지는 못했음을 인정했다. 현재 선수들은 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층을 오르내리며 이동해야 하는데, 이상적인 설계라면 하나의 층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훈련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이에 토마스 투헬 감독은 시설 내 숙소에서 선수들이 1층 객실을 배정받도록 요청해 이러한 흐름을 돕고 있다.

 

클럽 차원으로 돌아오자면, 아스톤 빌라가 NFL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TCO 퍼포먼스 센터에서 큰 영감을 받아, 2019년 바디무어 히스 훈련 단지를 재구성한 바 있다.

 

먼저, 로비에 입구에 위치한 1982년 유러피언컵 우승 기념 명판이 빌라 훈련장의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프라이빗 리셉션 구역을 지나면 컴팩트하게 짜여있는 내부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스포츠 과학 및 분석 부서는 체력 단련 시설과 직접 연결된 사무실에 위치해 있고, 재활 치료 공간은 훈련 피치를 바로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이는 부상 선수들이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팀의 일부임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적 설계이다. 그리고 선수들이 축구화 보관실을 지나 잔디로 나가는 길목 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걸려있다. “승리는 여기서 시작된다(Winning starts here)”

 

 

 

image.png [디 애슬레틱] 잉글랜드 축구의 훈련장 군비 경쟁 속으로 - 스마트 소변기, \'권력의 복도\', 그리고 F1 시뮬레이터
아스톤 빌라의 보디무어 히스 훈련장 - Naomi Baker/Getty Images

 

 

 

2층에는 체력 단련실과 훈련 피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권력의 복도”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회의실, 미니 강당, 개별 분석이나 비디오 세션을 위한 소규모 회의실로 통한다. 스카우트 부서, 분석 부서, 지원 부서 사무실이 그 뒤를 잇고, 복도의 끝에는 풋볼 운영 디렉터 다미안 비다가니의 사무실이,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용 샤워실과 욕실이 딸려있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개인 사무실이 자리한다.

 

또한, 신입 영입생들의 사진 촬영이나 비공개 회의에 주로 사용되는 보드룸이 해당 층에 있으며, 체력 단련 시설에서 곧장 접근할 수 있는 별도 건물에는 수심 조절이 가능한 수영장과 크라이오테라피 챔버도 구비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스태프들은 핵심 부서 간의 유기적 연결을 체감할 수 있으며, 선수들 또한 편안하면서도 동기부여를 느끼는 환경 속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새 훈련장은 영입 경쟁력에서도 빠르게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영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여름 이적생인) 하비 엘리엇과 제이든 산초는, 훌륭한 시설을 갖춘 클럽들(각각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떠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엘리트 레벨의 환경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리즈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날, 포레스트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상업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Design Tonic의 설립자인 아만다 쿡도 시설의 흐름이 핵심적이라는 데 동의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주요 관계자들과 워크숍을 열어 공간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합니다. 각 구역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순서가 올바르게 배치되었음이 느껴져야 합니다. 우리는 바닥재와 그래픽 전환을 영리하게 이용해 방향을 지시하기 보다는 제시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구내 식당의 배치에까지 이를 정도로 정교하다. Design Tonic이 리즈 유나이티드와 손을 잡고 그들의 토프 아치 훈련 센터의 리모델링을 진행했을 때, 그들은 구역별로 좌석을 배치하고, 개방형의 ‘영양 존’을 통합했으며, 의사소통을 돕는 스마트 음향 설계를 추가했다. 탈의실에는 맞춤형 바닥재를 사용했고, 체육관에는 기능성 트레이닝 구역을 마련했으며, 휴게 공간은 편안한 좌석과 자연광이 들어오는 구조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축구 스태프들 또한 과거 10여 년 전과는 달리 이제 이러한 배치 설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쿡은 이렇게 덧붙였다. “스태프들이야 말로 성공적인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그들은 공간의 최종 사용자이자 흐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이토록 중요한 스태프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는 훈련장 설계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경우, 선수 케어 부서를 건물의 주 출입구 근처에 배치하여, 선수들이 도착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람들이 익숙하고 친근한 얼굴들이 되도록 했다. 필 로스코가 이끄는 아스톤 빌라의 선수 케어 부서 또한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적응을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들의 구단 각 부서장의 소개 영상을 담은 디지털 웰컴 가이드를 제작하는 계획을 선보였다.

 

선수들이 새 구단에 합류하기 전 훈련장 구조에 대해 그토록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곳에서 보내게 될 시간이 매우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훈련 일정은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경기 전후 회의나 개인 훈련 계획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구단들은 훈련장을 또 하나의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며, 식사 공간의 질을 높이거나, 수면 캡슐, 혹은 일부 훈련장의 경우 호텔 객실까지도 설치하고 있다.

 

실제로 토트넘 홋스퍼의 스퍼스 로지는 각 선수에게 개인 침실을 배정해 주며,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다. 그곳의 조명은 하루 일정에 따라 자동으로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며, 침구는 선수 개인이 집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재질로 맞추어져 있고, 소파는 자세를 교정할 수 있도록 각도를 세심히 조정해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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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고사양의 시설들은 자칫 일터가 아닌 5성급 휴양지처럼 변질될 위험도 있다.

 

레스터 시티가 대표적인 예다. 그들의 화려한 시그레이브 훈련장은 고급 호텔, 골프장, 심지어 잔디 관리인 양성 아카데미까지 갖춘 복합 시설로, 2016년 프리미어 리그 우승 이후 매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노리겠다는 구단주의 야심 아래 설계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그들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상징하는 기념물처럼 그 자리에 서 있다.

 

레스터가 세 시즌 만에 두 번째 강등을 당하여 챔피언십으로 돌아오자, 구단의 전직 스태프들 중 일부는 시그레이브가 “퍼포먼스가 아닌 편안한 분위기만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하며 “선수들이 왕처럼 대우받았다”고 말했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잉글랜드 축구의 훈련장 군비 경쟁 속으로 - 스마트 소변기, \'권력의 복도\', 그리고 F1 시뮬레이터
레스터의 시그레이브 훈련 기지 - Plumb Images

 

 

빌라에서도 과거 바디무어 히스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이들이 있었지만, 우나이 에메리가 부임한 뒤 그곳의 문화는 크게 달라졌다. 그는 훈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조명탑을 설치해 저녁 시간대에도 훈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퍼포먼스 향상을 위한 변화를 주도했다. 또 다른 그의 제안으로, 현재 훈련 단지 내에는 숙소 역할을 할 수 있는 호텔형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이 건물은 총 40개의 객실을 갖추게 되며,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원정 경기 후 늦게 귀가해야하는 때나 이른 시간 훈련 및 치료 세션이 있을 때, 그들이 숙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시설은 신체적으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훈련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특히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정신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있을 가능성도 있다.

 

보통 선수들은 하루에 4~5시간 정도를 훈련 시설에서 보내며, 대표팀 소집 시에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훈련장에서 지낸다. 구단들이 훈련장을 더욱 사회적이고 편안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단은 여전히 선수들이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자신만의 공간에서 휴식과 회복을 취하기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결국 핵심은 올바른 균형이다. 훈련장에서 즐겁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다음 경기를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다면, 구단 스태프들은 그것이 곧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이에 지난 10년간 구단들은 마인드셋과 정신력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훈련장 건물 벽에는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동기 부여 문구들이 걸려 있다.

 

세인트 조지스 파크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장 잔디로 나가기 전, “미래를 써 내려가라(Write the future)”라는 문구를 마주하게 되며, 캐링턴의 계단에는 과거의 트로피들과 함께 향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성공을 위해 비워둔 빈 선반들이 놓여 있다.

 

훈련장 설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기술 디렉터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만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물론 이러한 장치들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스터는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시장 속에서, 엘리트 구단들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작은 기회라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원문 출처

https://www.nytimes.com/athletic/6696176/2025/10/14/premier-league-training-grou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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