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아스날의 영감, 영국 공군 '레드 애로우즈': 암호, 수신호, 그리고 '훈련은 혹독하게, 전투는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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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레드 애로우즈 소속 저스틴 휴즈의 비행 모습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해병 특공대를 비밀리에 방문하거나, 2000년대 초 클라이브 우드워드 경이 잉글랜드 럭비 대표팀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 것처럼 군대와 스포츠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자 영국 군대에 눈을 돌린 가장 최근의 스포츠계 리더십 사례다. 아르테타 감독은 최근 영국 왕립공군(RAF) 조종사들을 구단으로 초청했던 사실을 밝혔다. 조종사들과 효과적인 소통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자신과 코칭 스태프가 선수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관찰하고 분석하도록 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리드 베터, 리브 베터 서밋2025'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기록적인 감독 스티브 커와 함께했다.
'어디서 호기심이 발동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르테타 감독은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며, "어느 날 아침 '경기 당일 나의 프로세스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코치진부터 분석가, 다른 스태프들, 그리고 선수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모든 과정에서 소통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연 이 분야 최고는 누구일까?"라고 말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스스로의 질문에 "영국 전투기 조종사들"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그들에게 연락해 어떻게 소통하는지 배울 것이다. 그것은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단 한 단어로 충분하다면, 20개의 구절이나 20개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구체적일 수 있을까? 조종사들을 데려와 '우리의 프로세스와 소통 방식, 훈련 방법을 분석해달라. 이 부분을 개선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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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에서 점진적인 발전을 추구해 온 미켈 아르테타 감독
이처럼 최고 수준의 스포츠계에서 '한계 이익(marginal gains)'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는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아르테타 감독이 이러한 시도를 한 것도, 2017년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해병대에 자문을 구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닌 이유다.
그렇다면 왜 하필 영국 왕립공군(RAF)이었을까? 전투기 조종사들이 정말 축구 클럽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커 감독과의 대화에서 아르테타 감독은 RAF 전투기 조종사들과의 교류를 회상하며, 발전을 위해서는 '기꺼이 지적받을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그들에게 우리의 프로세스를 냉정하게 평가하고'이 부분은 끔찍하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러면 우리는 '알겠다.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답할 수 있다"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스틴 휴즈는 1990년부터 2002년까지 12년간 RAF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했으며, 이 중 2년(2000-02년)은 RAF 곡예비행팀인 '레드 애로우즈'의 책임 조종사이자 일원으로 활동했다.
휴즈는 레드 애로우즈를 구성하는 9명의 조종사 중 한 명이었다. 팀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500시간의 RAF 비행 경험을 갖춘 최정예 조종사로 인정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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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애로우즈와 RAF에서 비행한 저스틴 휴즈
현재 우량 기업의 고위 리더십 팀에게 고성과 문화를 구축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휴즈는 RAF에서 효과적인 소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바로 언어와 프로세스"라고 답했다. 그의 고객사로는 메르세데스 F1팀, UN, NATO 등이 있다.
그는 "비행을 배울 때 익히는 언어는 특정한 단어를 정확한 방식으로 발음하여 양측이 항상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즈는 이어서 특히 전술적 환경에서 사용되는 코드 단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신속하고 명확한 메시지 전달에 있어 코드 단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휴즈는 "코드 단어는 비밀스럽거나 난해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이는 누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우리 앞에 무엇이 보이는지, 전술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상호 상황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매우 빠르고 효과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단 한두 단어로 1초 만에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서술형으로 길게 설명하며 몇 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AF에서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핵심은 '모호함의 배제'에 있다.
전직 RAF 전투기 조종사이자 여성 최초로 토네이도 GR4 전투기를 몰고 최전선에 나섰던 맨디 힉슨은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비행 중에는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하기에, 우리는 간결하고, 명확하며, 모호하지 않게 말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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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의 항공 분야 경력을 자랑하는 맨디 힉슨
현재는 기조연설가이자 다국적 기업의 전략 자문으로 활동하는 힉슨은 "축구와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면, 단순한 신호가 절대적으로 전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예를 들어, 우리는 '라저(Roger)', '메이데이(Mayday)', 그리고 '빙고 퓨얼(Bingo fuel, 목적지 도달에 필요한 최소 연료량)'과 같은 표준화된 용어를 사용한다"며 "이 단어들이 사용될 때, 어떠한 혼선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축구 감독과 RAF 전투기 조종사는 전혀 다른 직업이지만, 두 역할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아르테타 감독은 경기 중에 명확한 메시지와 전술 지시를 전달해야 한다.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는 20야드 떨어진 선수조차 감독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수단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은 필수적이다.
힉슨이 제시하는 또 다른 유사점은 바로 수신호의 활용이다. 경기 중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감독이 필사적으로 전술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팔을 휘젓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힉슨은 "수신호는 정말 효과적일 수 있다"며 "표준화된 신호 세트를 사용할 수 있다. RAF에서는 '윙 왜글(wing waggle, 근접 대형으로 합류)'이나 '스풀링 업(spooling up, 엔진 출력을 높이는 신호)'과 같은 공통 수신호가 있는데, 이 모든 신호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힉슨은 이어서 축구 환경에서는 '트리거 워드(trigger words, 특정 상황에 대한 암시어)'가 훨씬 더 유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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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 조종사들에 따르면, 아르테타 감독은 수신호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녀는 "축구에서는 단 하나의 트리거 워드를 외치면 선수들이 포메이션을 바꿀 수 있다"며 "보다 수비적인 구조 등을 위한 트리거 워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힉슨은 또한 "매우 짧고 날카로운 소통 방식을 통해, 그 트리거 워드가 나오는 즉시 선수들은 변화가 필요하며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는 메시지를 더욱 간결하게 만들어 매우 체계적인 느낌을 주고, 그러한 압박감을 연습하게 한다. 예를 들어, 퇴장 상황을 연습하여 실제 경기에서 트리거 워드가 나왔을 때 선수들이 즉시 포지션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칭 스태프가 RAF와의 교류를 통해 소통 방식을 바꾸려는 구상은 타당해 보이지만, 조종사들이 떠난 뒤에도 이러한 암호나 기술들이 완전히 몸에 배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극한의 압박 상황에서 효과적인 소통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휴즈는 "연습을 통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실제 작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연습을 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린다. 이는 실제 경기보다 연습을 훨씬 많이 하는 스포츠계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휴즈는 이어 "항공 분야의 차이점은 연습이 실전만큼이나 강도 높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미사일에 격추되는 것보다 지상에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휴즈는 또한 '디브리핑(debriefing, 사후 검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포츠에서도 디브리핑은 흔하지만, 그 질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요즘에는 데이터가 많지만, 인간적인 차원의 디브리핑이 얼마나 질적으로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디브리핑에서 소통 자체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우리는 훈련 과정 내내 항상 디브리핑을 하며, 이를 통해 경험으로부터 매우 빠르게 배운다.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능력이야말로 고성과를 이끄는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휴즈와 힉슨은 축구가 RAF로부터 배울 수 있는 소통의 핵심으로 '일관성'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힉슨은 "'훈련은 혹독하게, 전투는 쉽게(train hard, fight easy)'라는 말이 있다"며 "사람들은 이 말을 항상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축구장에서처럼 모든 것을 반복 또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자동적인 프로세스와 준비 자세를 거치게 되고, 반응 또한 본능적으로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레드 애로우즈에서 사실상 팀 리더의 2인자 역할을 했던 휴즈는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보며, 극한의 압박을 받는 최정예 환경에서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그는 익숙한 단어를 동일한 톤과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팀원들이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휴즈에 따르면, 팀 리더들은 '각본을 실행'하기 위해 일관성을 유지하려 부단히 노력한다.
아르테타 감독과 다른 엘리트 축구 감독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전술 계획을 선수들의 몸에 완전히 배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며, 경기장이든 비디오 분석 시간이든 상관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과 그 내용은 성공의 중추적인 열쇠가 된다.
사우스게이트, 아르테타, 우드워드 감독이 모두 영국 군대에 눈을 돌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17년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목표는 팀워크, 리더십, 그리고 회복탄력성 면에서 해병대의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이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부족했던 결속력과 동료애를 보여주면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힉슨은 "축구와 비행은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둘 다 압박감 속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며, 팀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물론, 축구 선수가 실수를 해도 그 결과로 누군가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처럼 빠르고, 간결하며, 침착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팀원 모두의 기준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696197/2025/10/08/arsenal-raf-code-words-arteta-premier-leag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