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유독한(toxic)' 토트넘? 프랭크 감독, 팬들 야유 돌려세웠다...적어도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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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디 애슬레틱] \'유독한(toxic)\' 토트넘? 프랭크 감독, 팬들 야유 돌려세웠다...적어도 지금은](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208/9254229056_340354_97bd826d7dd06b5b6377e641ba2908a1.png)
최근 험악했던 분위기와 달리 지난 토요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솔직히 인정하겠다. 필자는 '피바람'을 예상하고 이곳을 찾았다.
주변에서는 "토트넘에 가서 그 분노와 고통을 목격하라"고 했다. 야유에 취해보고, 제3자의 입장에서 그 부정적인 기운에 압도당해 보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토트넘 팬도 아니고 토트넘 담당 기자도 아니었지만, 바로 그 점이 핵심이었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철저한 이방인이 되어 쏟아지는 부정적인 에너지에 순진한 정신이 붕괴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 일종의 인류학적 과제와도 같았다.
그래서 필자는 마음속으로 최고 등급의 방호복을 챙겨 입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히트곡(Toxic)을 귓가에 울리며 '독사 굴'로 향하는 여정에 나섰다. "그래, 어디 한번 제대로 중독돼 보자"라는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화합의 장'에 가까웠다.
기묘할 정도로 평온했던 북런던의 어느 오후, 토트넘은 경기력을 통해 부진의 늪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격앙됐던 지난 몇 주간의 갈등을 뒤로하고 팬들과의 화해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 자체를 자축해야 할 때다.
지난 주말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향한 맹비난이나 이에 대한 토마스 프랭크 감독의 대응, 그리고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문제를 둘러싼 설전을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도, 킥오프 전부터 이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우유가 상해가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팬들에게 "팀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는데, 이는 팀 상황이 좋을 때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멘트다. 프랭크 감독의 매치 프로그램 칼럼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프랭크 감독은 "홈 성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흐름을 타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요새로 만들 수 있다"고 적었다.
경기 초반에는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질 법한 제스처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팬들과의 교감을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시도 같았다. 풀럼전 1-2 패배 후 팬들을 비판했던 페드로 포로는 코너킥을 차기 전 의도적으로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사비 시몬스 역시 터치라인 부근 몸싸움에서 이긴 뒤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하프타임 때 토트넘 선수들은 다시 한번 그라운드 위에 둥글게 모였다. 풀럼전 당시 이 모습은 마치 방패를 들어 올리고 창을 겨누는 방어 진형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2-0으로 넉넉히 앞서고 있었기에 선수들은 팬들의 따뜻한 환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등을 돌리는 현상에 대해 윤리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감독이 비난을 피하거나 완화하려 노력하든, 이 상황을 타개할 확실한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증명해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때로는 슈팅 몇 번이면 충분하다. 24분 시몬스의 크로스를 히샬리송이 득점으로 연결했을 때, 이는 단순히 지난 10월 말 이후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홈경기 전반전에 기록한 첫 골이라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는 11월 1일 첼시전 패배 이후 처음으로 전반전에 기록한 유효 슈팅이기도 했다.
때로는 투혼을, 때로는 확실한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토트넘은 브렌트포드를 상대로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켰다. 선수들은 몸싸움을 이겨냈고 공을 빠르게 돌렸다. 모하메드 쿠두스와 시몬스는 활발히 움직였고, 히샬리송은 폐가 터질 듯 뛰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전성기 시절 '블레츨리 파크(2차 대전 당시 영국의 암호 해독 기관)'보다 더 많은 인터셉트를 기록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이번 승리는 마지막 리그 홈 승리 이후 무려 16주 만에 나온 것으로, 어떤 기준으로 보나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승리가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분명하다. 후반전 브렌트포드의 간헐적인 공격을 막아낼 때 경기장에는 안도감이 감돌았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유독한(toxic)\' 토트넘? 프랭크 감독, 팬들 야유 돌려세웠다...적어도 지금은](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208/9254229056_340354_803259a5c7ff6c2fa36078df79c647b0.png)
경기 종료 후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토마스 프랭크 감독
이러한 분위기는 경기 후 프랭크 감독의 유화적인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프랭크 감독은 "축구와 인생에는 굴곡이 있지만, 우리 팀이 보여준 반응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장 전체의 반응도 좋았다. 내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킥오프 전 비카리오의 이름이 호명될 때 평소보다 더 큰 환호성이 들렸다. 정말 좋았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오늘 팀과 팬 사이에는 환상적인 에너지가 흘렀다"고 덧붙였다.
프랭크 감독 역시 아직 상황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날 브렌트포드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고, 토트넘 역시 후반전에는 다소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 끔찍했던 홈 연패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호성적이 필요하다.
거시적인 문제들도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구단 수뇌부가 한마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 티켓 가격에 대한 불만, 지인에게 좌석을 양도할 권리가 사라진 점 등 팬들의 구조적인 불안과 불만은 여전하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여러모로 경이로운 곳이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곳만큼 노골적으로 광고를 하는 축구장은 본 적이 없다.
경기력이 훌륭하다면 이런 문제들은 감내하기 쉽다. 비싼 돈을 냈으니 최고의 품질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스쿼드는 몇 시즌 전만큼 강력하지 않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지는 않았을지언정 늘 대중 앞에 나섰던 다니엘 레비 회장의 사임으로 인해, 팬들의 불만을 받아줄 마땅한 피뢰침조차 사라진 상황이다.
브렌트포드를 이겼다고 해서 근본적인 권태감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프랭크 감독과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기적으로나마 불만을 잠재우고, 남아있는 호의를 모아 긍정적인 스노우볼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승리는 그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내민 첫 번째 손길이다.
팬들은 팀이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경기는 이러한 공통의 관심사가 시너지를 내는 가장 좋은 기반임을 보여주었다.
자, 이제 새로 나온 '독성학(Toxicology)' 교과서를 사고 싶은 사람 있나?
https://www.nytimes.com/athletic/6868054/2025/12/07/tottenham-thomas-frank-brentford-atmosphe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