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타] J리그에 전하고 싶은 '하이 인텐시티'란 무엇인가? 로저 슈미트 인터뷰-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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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던중생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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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본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은 일상이 되었고, J리그 역시 런던에 거점을 둔 J.LEAGUE Europe를 설립하는 등 J리그와 유럽 축구 간의 거리는 해마다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상호 이해가 깊어지는 가운데 세계는 J리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술, 경영, 데이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제6·7회에서는 지난해 10월 J리그의 글로벌 풋볼 어드바이저로 취임한 로저 슈미트와의 장시간 인터뷰를 전·후편으로 나누어 전한다. 전편에서는 감독직을 잠시 중단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그가 일관되게 내세워온 ‘하이 인텐시티’라는 개념의 정의, 그리고 일본인 선수들의 유럽 도전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하이 인텐시티’의 철학
― 먼저 감독직을 잠시 중단하고 J리그의 글로벌 풋볼 어드바이저로 취임하게 된 경위부터 들려주시겠습니까?
“20년 동안 감독 일을 해왔지만 사실 처음부터 감독이 될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선수로서는 독일 3부 리그가 한계였기 때문에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아마추어 축구를 즐기고 있었죠.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당시 5부 리그에 있던 델브뤼커에서 선수 겸 감독을 맡게 되었고, 그 팀을 4부 승격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고 감독업에 전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로 정상급 무대까지 빠르게 올라서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클럽을 이끌 기회를 얻었고,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AFC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국제 대회에서 도합 11년간 지휘봉을 잡아왔습니다.
하지만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경기 일정의 과밀화가 심화되며 사흘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것이 마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즌 내내 ‘경기와 회복’을 반복할 수밖에 없고,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훈련을 진행해야 합니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수정할 시간적 여유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프리시즌은 피지컬, 전술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팀의 토대를 구축하고, 시즌을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감독이라는 직업은 1년 내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이 되었고 물론 그만큼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 역시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으면서 어느덧 60세에 가까워진 지금, 저는 가족을 더 가까이에서 소중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당분간은 클럽 팀 감독으로 일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연락을 준 사람이 J.LEAGUE Europe의 아키야마 유스케 씨였습니다. J리그 클럽 감독직에 대한 제안은 결국 고사하게 되었지만 일본 축구와 J리그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그리고 제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들의 진정성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J리그의 프로젝트 자체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이후에는 노노무라 요시카즈 회장까지 제 자택으로 초대해 대화를 이어가면서 이것이 저에게도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일본 축구 관계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J리그의 글로벌 풋볼 어드바이저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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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슈미트 글로벌 풋볼 어드바이저 (Photo: Takahiro Fujii)
― 그 과정에서 레드불 잘츠부르크, 레버쿠젠, PSV, 그리고 벤피카를 지휘해 오셨는데, 그 경험들을 거치며 감독님 자신의 축구 철학에 변화가 있었습니까?
“제 축구 철학은 단연 ‘하이 인텐시티’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상대의 대응 방식이나 전략과 무관하게 경기를 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는 상대에게 볼을 소유할 시간을 주고, 우리 쪽이 계속해서 많이 뛰어야만 하는 축구를 원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가능한 한 빠르게, 그리고 더 높은 위치에서 볼을 되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볼을 가진 상대에게 계속해서 공간적·시간적 압박을 가해야 하고, 설령 그 1대1에서 제쳐지더라도 곧바로 다음 동료가 추격에 나설 수 있도록 마치 맹수의 무리처럼 팀 전체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이러한 하이프레스로 상대 진영에서 볼을 ‘사냥’할 수 있다면 즉각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고, 수비 조직을 갖출 여유조차 없는 상대를 상대로 득점을 만들어내기 쉬워집니다. 실제로 제가 이끌어온 팀들은 이런 방식으로 수많은 골을 만들어왔습니다. 설령 그 장면에서 슈팅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다시 포제션으로 전환해 다음 기회를 노리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인텐시티가 높고 공수 전환이 격렬한 축구를 지향하지만, 물론 전술은 시대와 함께 변화합니다. 저 역시 성장과 경험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효과적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항상 조정과 개선을 시도해 왔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 또한 갈고닦아 왔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파이브백이 널리 확산되었는데, 벤피카 감독 시절에 만났던 상대들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상대 진영, 특히 골문 앞에서는 늘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되고, 상대는 페널티 박스 주변의 공간을 촘촘히 메우면서 호시탐탐 역습을 노립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내심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템포를 가속해 각 공격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그 시도 횟수 자체를 늘리는 동시에 상대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는 예방책 또한 중요해집니다. 결국 얼마나 빠르게 볼을 즉각적으로 되찾아 다시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되는데, 이러한 게겐프레싱을 팀에 주입하는 것 역시 제게는 익숙한 작업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아이디어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2022-23시즌부터 2024-25시즌 초반까지 약 2년에 걸쳐 벤피카를 지휘한 로저 슈미트 글로벌 풋볼 어드바이저는, 부임 첫해에 포르투갈 리그와 포르투갈 슈퍼컵 우승을 차지하며 두 개의 트로피를 안겼다.
「피지컬 데이터 수치가 10~20% 늘어났다고 해서…」
― 말씀을 듣다 보니 바이에른과의 친선경기가 떠올랐습니다. 2014년, 당시 펩 과르디올라가 이끌던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을 3-0으로 꺾었던 경기였는데요. 잘츠부르크 감독 시절을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감독님께 어떤 의미였습니까?
“제게는 정말 큰 경험이자 커다란 한 걸음이었습니다. 독일을 떠나 처음으로 해외 클럽을 맡았던 시기였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당시의 잘츠부르크는 국제적으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클럽이었고, 원래는 네덜란드 축구의 색채가 강했습니다. 그들은 그 클럽 철학을 전면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었죠.
그 과정에서 랄프 랑닉을 스포츠 디렉터로 선임했고 그가 저를 감독으로 불러주었습니다. 우리는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독자적인 축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공격적이고 인텐시티가 높으며, 하이프레스와 게겐프레싱을 반복하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는 축구였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소 지나치게 ‘날카롭게’ 밀어붙인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지만(웃음), 결과적으로는 자신감을 갖고 그 철학을 더욱 다듬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좋아졌기 때문이죠. 제 축구 철학에 확신을 갖게 되는 데 있어, 그 위대한 클럽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경험은 정말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레드불이 오미야 아르디자를 인수하면서 J리그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운명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하이 인텐시티’는 현대 축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들 또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이 인텐시티’라고 하면 흔히 선수들의 주행 거리나 최고 속도, 하이 인텐시티 러닝이나 스프린트 수치 같은 것들이 거론되지만 저는 오히려 전술적인 측면을 더 중시합니다. 예를 들어 피지컬 데이터의 수치가 10~20% 늘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인텐시티 높은 축구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하는 하이 인텐시티란, 경기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완급을 조절하면서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1분부터 90분까지 모든 선수가 전력 질주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언제, 어디에서 기어를 끌어올릴 것인지를 90분 동안 관리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기본 전략 중 하나일 뿐이며, 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사흘에 한 번씩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더라도 하이 인텐시티는 필수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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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Takahiro Fujii
―― 일본은 고온다습한 기후라 하이 인텐시티 축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는데, 지금 말씀을 듣고 보니 그 인식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저 역시 감독으로서 피지컬 데이터를 다뤄왔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기온이나 습도에 따라 퍼포먼스가 떨어지기 쉬워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다만 J리그나 J클럽들도 해가 약해지는 저녁 이후로 경기 시간을 조정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고 더 나아가 이건 일본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제가 베이징 궈안 감독으로 중국에 갔을 때도 여름, 특히 남부 지역은 고온다습했습니다. 포르투갈이나 독일 역시 시기와 지역에 따라서는 매우 덥죠. 그런 환경 속에서도 제가 요구하는 높은 인텐시티의 축구는 충분히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카타르 월드컵은 겨울 개최였지만, 통상적인 여름 개최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축구를 하는 팀들이 등장해 왔습니다. 결국 상대 팀도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문제는 기후라기보다 플레이 스타일에 더 가깝다고 느낍니다. 어쨌든 J리그는 가을–봄 시즌제로 전환하게 되니, 그 안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 지금부터 기대하고 있습니다.”
왜 유럽 축구에서 일본인 선수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가?
―― 그리고 글로벌 풋볼 어드바이저로 취임하신 지 몇 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어떤 활동들을 해오셨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일본을 그다지 많이 방문해본 적이 없었고 베이징 궈안 감독 시절 ACL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우라와 레즈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J리그에 대해서는 그다지 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먼저 J리그와 일본 축구에 관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하는 한편, 직접 제 눈으로 보고 전체적인 모습을 더 선명하게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수의 J1리그 경기, J클럽 유스팀 경기, 그리고 일본 대표팀 경기를 시찰하고 있습니다.
지도 현장에도 직접 발걸음을 옮겨, 11월에는 U-18 J리그 선발팀의 유럽 원정에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동행했고, 12월에는 U-16 J리그 선발팀의 국내 합숙에서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J리그의 유스부터 프로에 이르기까지 어떤 팀들이 있고,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지도자와 SD(스포츠 디렉터)를 대상으로 한 스페셜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제 노하우와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사안도 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관계자들 모두가 J리그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
―― 시찰과 지도 활동을 하시면서, J리그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클럽들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셨나요?
"유럽 축구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하이프레스와 트랜지션, 카운터부터 포제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면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분석 기술도 크게 발전해, 단 한순간의 빈틈만 보여도 즉각 그 약점을 공략당하는 환경이 되었죠. 그만큼 조직력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논의의 핵심은, 감독이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지닌 선수들에게 어떻게 규율을 심어줄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교체 카드와 벤치 인원이 늘어나며 총력전이 되는 상황 속에서 팀 전체의 공통된 규범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죠. 그런데 일본인 선수들에게는, 바로 그 지점이 문제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제가 PSV에서 지도했던 도안 리츠 선수가 바로 그런 사례였습니다. 그는 동기부여가 매우 높았고, 언제나 지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선수였죠. 설령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며 선발에서 제외되더라도 훈련에서 결코 힘을 빼는 법이 없었고 항상 팀을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늘 팀 동료들에게도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주었습니다.
U-16 J리그 선발팀이나 U-18 J리그 선발팀 선수들 역시 감독의 요구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했고, 훈련에서 배운 내용을 곧바로 경기에서 적용해 보여주었죠. 그 모습을 보며, 왜 도안 선수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선수들이 벤치부터 피치까지 고르게 갖춰져 있었던 일본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이나 스페인 같은 강호들을 상대로 후반 교체를 통해 경기 흐름을 바꾸며 역전승을 거둔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저는 브라질전도 직접 지켜봤는데, 어떤 선수 하나 헌신이 부족한 모습이 없었고 0-2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하프타임에 모리야스 감독의 훌륭한 지시를 받은 뒤,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정확히 수행하며 후반에 3골을 만들어냈죠.
물론 브라질 쪽에 실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단순한 우연으로 뒤집은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요구되는 팀워크를 팀 전체가 하나가 되어 구현해냈기 때문에 가능한 승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점에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도 잘 드러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유럽 축구에서도 일본인 선수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겠죠.
Text: Masatoshi Ad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