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푹신한 감독석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팔짱을 낀 그의 얼굴엔 며칠 전 올드 트래포드에서 느꼈던 환희의 여운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리버풀 해안가의 차갑고 축축한 겨울밤 조명 아래, 그의 에버턴은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며칠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승리는 거대한 변화의 시즌 속에서 상징적인 ‘3점’을 가져온 특별한 경기였다. 투지와 열정,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의지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하지만 그런 정신력만으로는 언제나 충분하지 않다. 토요일 저녁,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단순히 너무 강했다. 그들은 에버턴보다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빨랐다.

 

닉 볼터마데가 영리한 마무리로 전반 막판 3-0을 만들었을 때, 모예스가 두 팔을 모으고 벤치로 몸을 움츠리는 장면은 모든 것을 말해줬다.

 

만약 주심 크레이그 포슨이 그 순간 경기를 끝내자고 제안했더라도, 홈팬들 중 불평할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고, 에버턴의 새 홈구장인 힐 디킨슨 스타디움에서의 최악의 밤은 더욱 참혹하게 이어졌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늘 있었다. 여름 동안 에버턴은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했지만, 모든 과제를 완벽히 해결하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아담 아즈누와 타일러 디블링은 아직 모예스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티에르노 바리는 프리미어리그 데뷔 이후 아직 유효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게다가 독일에서 함께 온 메를린 뢸은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야말로 ‘할 일 목록’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그 사실은 경기 시작 전 팀 명단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마이클 킨과 이드리사 게예 사이의 불화는 구단 차원에서 수습하려 많은 노력이 있었고, 일단 표면적으로는 해결된 듯 보였다.  하지만 선발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진 건, 이번 주 내내 영향을 끼칠 심각한 문제임을 상기시키는 뼈아픈 장면이었다.

 

에버턴은 시즌 초부터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얇았고, 풀백 자원 역시 불안했다. 물론 때때로 그 약점이 드러났지만, 팀은 유연하게 대처하며 좋은 시즌 초반 흐름을 만들어왔다.

 

이번 1-4 참패에도 불구하고, 시즌 자체는 여전히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게예의 징계 공백이 치명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에버턴의 약점을 정면으로 찌를 수 있는 뉴캐슬을 상대로는 더욱 그랬다.

 

그 징후는 경기 시작 30초 만에 나타났다.

앤서니 일랑가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며 거의 저항 없이 페널티박스로 진입했고, 조던 픽포드가 간신히 그의 슈팅을 쳐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단 몇 초뿐이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말리크 차우가 머리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고, 경기는 단숨에 뉴캐슬 쪽으로 기울었다.

 

이후에도 뉴캐슬은 잇따라 기회를 만들며 에버턴을 몰아붙였다. 잠시 후 잭 그릴리시, 제임스 가너, 키어넌 듀스버리-홀이 중심이 된 10분 정도의 구간에서 에버턴은 반격의 기미를 보였다.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장면도 나왔지만, 결국 에버턴의 오랜 숙적인 ‘마무리 부족’은 여전했다.

 

그 짧은 반등이 끝나자 곧바로 또 한 번의 실점이 찾아왔다. 뉴캐슬의 공격 상황에서 공이 박스 안을 이리저리 튀다 루이스 마일리 앞에 떨어졌고, 그의 슈팅은 픽포드의 다리 사이를 통과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픽포드는 제임스 타코우스키에게 항의했는데, 시야를 가렸다는 불만이었다. 그의 말이 맞든 아니든, 이날 잉글랜드 대표 골키퍼에게는 최악의 밤이었다.

 

20분 뒤엔 더 끔찍한 장면이 나왔다. 팀 이로부남이 바운드되는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일랑가에게 공간을 내줬고, 결국 볼터마데가 픽포드 위로 공을 감아올려 세 번째 골을 만들었다. 그때 모예스는 마치 의자 속으로 숨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박스 밖에서 날린 강력한 중거리슛은 크로스바를 때렸고, 잠시 희망을 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픽포드는 계속 바빴다. 하비 반스의 슈팅을 막아내고, 타코우스키가 골라인 앞에서 볼터마데의 슈팅을 걷어냈으며, 이내 코너킥 상황에서 공의 궤도를 완전히 놓치며 다시 말리크 차우에게 헤더 실점을 허용했다.

 

이날 밤의 잔혹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따로 있었다. 후반 중반 티에르노 바리가 드디어 에버턴 이적 후 첫 골을 넣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는 크로스를 잡아낸 뒤 근거리에서 아론 램스데일을 제치고 골망을 갈랐고, 세 달 넘게 이어진 무득점의 답답함을 폭발적인 세리머니로 쏟아냈다.

 

관중석의 팬들도 그를 향한 응원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VAR 판정이 나오며 그의 손에 공이 맞았다는 이유로 골이 취소됐다. 교체 아웃된 바리는 벤치에 앉아 고개를 무릎 사이로 떨어뜨린 채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남은 팬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준 장면도 있었다. 타코우스키의 롱패스를 키어넌 듀스버리-홀이 절묘하게 잡아내며 침착하게 마무리, 한 주 만에 시즌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그 골 장면 직후의 분위기는 며칠 전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승리 때와 묘하게 닮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때는 붉은 좌석이 비워진 채 에버턴 팬들의 환호로 끝났지만, 이날 힐 디킨슨 스타디움은 푸른 좌석만 덩그러니 남았고, 상대팀 팬들이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이것이 에버턴 새 구장 개장 이후 최악의 밤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날 경기는 처참했고, 잔혹했고, 스쿼드의 얇은 뎁스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게예의 경솔한 행동이 마이클 킨과의 불화로 이어지며 얼마나 큰 타격이 됐는지도 보여줬다. 이번 주중 본머스 원정에서 뚜렷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고통을 더했다. 모예스 감독은 단 한 번의 악몽 같은 밤이 끔찍한 한 주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