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맨유를 비롯한 클럽들은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고수할 때 놀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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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나란히 지휘봉을 내려놓은 앙제 포스테코글루, 엔초 마레스카, 윌프리드 낭시, 후벵 아모림 감독
Oliver Kay
Jan. 9, 2026 2:15 pm
지난 12월 3일, 윌프리드 낭시의 셀틱 감독 부임 발표문은 802단어에 달하는 찬사로 가득했다.
하지만 2년 6개월 계약 기간 중 단 33일 만에 발표된 낭시 감독의 경질문은 102단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절반 이상은 코칭스태프와 폴 티스데일 기술이사 등 기타 인력의 퇴진 소식을 전하는 사무적인 내용이었다.
부임 후 혼란스러운 시기 동안 셀틱은 8경기에서 6패를 당했다. 낭시 감독은 녹색과 흰색이 섞인 운동화 착용부터 후벵 아모림 스타일의 전술판 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또한 구단의 규모와 당장의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을 간과한 채, 구현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을 이상적인 비전에만 몰두했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이번 시즌은 주제 무리뉴 전 감독이 언급한 "아이디어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지도자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시기였다. 본지는 지난 9월 레인저스에서 후방 빌드업을 고집하다 2주 만에 경질된 러셀 마틴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3-4-3 포메이션을 고수하다 지난 월요일 경질된 아모림 감독의 사례를 다룬 바 있다.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39일간 재임한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전술적 적합성을 두고 팬과 언론의 끊임없는 의구심에 직면했었다. 낭시 감독의 셀틱행 역시 이와 비슷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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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자신의 전술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레알 마드리드의 사비 알론소 감독이 겪고 있는 난관 역시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알론소 감독은 시스템 기반의 집단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도입하려 했으나, 전통적으로 감독의 개입이 적은 방식을 선호해온 선수단의 저항에 부딪혔다. 지난 5월 레버쿠젠에서의 성공을 뒤로하고 부임할 당시 알론소 감독은 "마드리드의 새로운 시대"를 언급했으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지난여름 공언했던 만큼 이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순진한 쪽은 누구인가? 단순히 자신이 기대받는 역할을 수행했을 뿐인 감독들의 문제인가? 팀을 구성하고 선수를 관리하며 때로는 구단 수뇌부를 상대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특정 유형의 감독을 선임할 만큼 대담하다고 자부하면서도, 환상이 깨지고 현실에 직면했을 때 이를 끝까지 밀어붙일 용기가 부족한 결정권자들의 잘못인가?
한편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지도자들과 선임자들은 당장의 성적 압박을 넘어 비전과 전략, 철학을 논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감독의 입지를 흔들고 경질을 결정하는 속도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유럽 5대 리그의 상황을 살펴보자. 총 96명의 감독 중 3년 이상 재임 중인 감독은 단 12명(잉글랜드 5명, 스페인 4명, 프랑스 2명, 독일 1명, 이탈리아 0명)뿐이다. 2년에서 3년 사이 재임한 감독도 10명에 불과하다. 전체 클럽의 절반에 가까운 47개 구단이 지난 12개월 사이 감독을 교체했으며, 레인저스와 노팅엄 포레스트, 웨스트햄 등은 최소 두 차례 이상 감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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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개월 사이 그레이엄 포터 감독을 선임한 뒤 다시 경질한 웨스트햄
감독 선임 시에는 흔히 원대한 계획이나 비전, 혹은 '철학'이라는 단어가 화려하게 수식되곤 한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역설했던 그 이데올로기를 충실히 따르는 행동은, 결국 성적이 부진해지는 순간 감독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다.
글래스고에서의 낭시 감독의 고난은 이 분야의 전형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티스데일 이사가 선임을 주도했으나 셀틱 보드진 역시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12월 3일 발표 당시 대주주 더멋 데스몬드, 피터 로웰 의장, 마이클 니콜슨 CEO는 낭시의 코칭 능력을 극찬하며, 앞으로 닥칠 난관 속에서도 "변함없는 지지"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낭시 감독의 신념 또한 확고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사커(MLS) 콜럼버스 크루에서 성공을 거뒀던 자신의 축구 철학이 셀틱에서도 통할 것이라 믿었고, 구단 수뇌부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 역시 진심이라 믿었다. 지난 일요일 레인저스와의 '올드 펌 더비'에서 참패하기 전까지도 낭시 감독은 자신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몇 주, 혹은 몇 달 뒤에 나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다음 날인 월요일 오후 팀을 떠나야 했다.
모든 감독 선임에는 어느 정도의 위험 요소가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 축구계의 흐름처럼 특정 경기 스타일을 교조적으로 고수하는 감독을 시즌 도중에 선임할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증폭된다.
2024년 10월, 에릭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후벵 아모림 감독에게 접근했을 당시, 아모림 감독은 스포르팅 CP와의 의리를 지키고 싶어 했다. 아모림 감독은 구단 측에 “빡빡한 일정 속에서 자신의 시스템을 무리하게 이식하기보다는, 프리시즌을 온전히 보낼 수 있는 다음 해 여름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맨유 수뇌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모림 감독은 부임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으로부터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14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15승만을 거두고 경질된 그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당시 차라리 ‘기회는 없다’는 쪽이 더 나은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모림 감독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강수를 둔 배경에, 그해 초 짐 랫클리프 경이 구단 지분 27.7%를 인수하며 공언했던 ‘원대한 축구적 비전’이 깔려 있었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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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자신의 전술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애를 먹었던 후벵 아모림 감독
그러나 축구계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이번 선임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구단의 맹목적이고 피상적인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구단은 후보자가 가진 매력과 성격, 그리고 화려한 경력에만 현혹되었다.
새로운 비전을 이끌기 위해 맨유에 합류했던 댄 애쉬워스 스포츠 디렉터는 아모림의 전술이 기존 선수단과 호환될 수 있을지, 특히 시즌 도중 부임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애쉬워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결국 선임 과정에서 소외된 애쉬워스 디렉터는 부임 한 달 만에 ‘상호 합의’라는 명목하에 구단을 떠났다.
아모림 재임 기간 중 흥미로운 점은 구단이 12개월 동안 부진한 성적을 인내하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직전 갑작스럽게 전술 시스템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지의 보도에 따르면, 아모림 감독과 제이슨 윌콕스 기술 이사는 재임 내내 선수단과 시스템에 대해 꾸준히 논의해 왔다. 그러나 경질 직전 몇 주 사이에 윌콕스 이사는 랫클리프의 의견을 빌려 “3-4-3 외에 다른 전술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모림 감독에게 전달했다. 이 시점부터 아모림 감독은 자신의 입지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이 상황이 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는 아모림의 철학 자체가 ‘스리백’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술 이식 속도가 더디긴 했으나,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부상 명단에 오르고 주전 선수들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 차출되기 전인 2025년 10월부터 12월 말까지는 그의 전술이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였던 유일한 시기였다. 만약 3-4-3 전술에 의구심을 가졌다면 지난 시즌이 끝난 시점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옳다. 아니면 애쉬워스 디렉터의 조언대로, 선임 전 단계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
오늘날의 축구 클럽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방대한 정보와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비전과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결정은 매우 충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맨유가 아모림 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신뢰가 무너지고 관계가 파탄 나는 과정은 예견된 것처럼 순식간이었다.
엔초 마레스카 감독과 첼시 수뇌부의 관계가 악화된 과정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18개월 전 마레스카 감독이 첼시에 부임할 당시, 본지의 레스터 시티 담당 기자인 롭 태너는 마레스카의 강한 개성과 수뇌부와의 마찰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롭 태너 기자는 “마레스카는 결코 고분고분한 인물이 아니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 거침이 없다”고 분석하며, 첼시의 로렌스 스튜어트와 폴 원스탠리 공동 스포츠 디렉터들에게 “미리 경고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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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수뇌부와의 관계 악화로 첼시를 떠난 엔초 마레스카 감독
첼시는 마레스카 감독과 5년 계약을 체결하며 이를 장기적인 프로젝트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그는 92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 18년 동안 첼시에서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감독은 주제 무리뉴(2기, 136경기), 카를로 안첼로티(109경기), 안토니오 콘테(106경기), 토마스 투헬(100경기)뿐이다. 그나마 마레스카는 현 구단주 체제에서 영입된 그레이엄 포터(31경기)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51경기)보다는 오래 버틴 셈이다.
마레스카의 후임으로 또 다른 젊은 지도자인 리암 로세니어를 선임하며 5년 6개월의 장기 계약을 안겨준 첼시의 행보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터와 마레스카 역시 5년 계약과 함께 장기적인 지원을 약속받았으나,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구단의 지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셀틱 역시 낭시 감독을 경질한 후, 그가 부임하기 전 임시로 팀을 이끌었던 마틴 오닐 감독을 다시 불러들였다. 마틴 오닐의 지난 임시 감독 재임 기간(37일)이 정식 감독이었던 낭시의 임기보다 더 길었다는 사실은, 현재 축구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영구적인 선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모든 감독은 사실상 ‘임시직’에 가깝다. 치열한 압박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생존 전략 대신 자신만의 철학을 설파하는 감독들을 향해 ‘순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셀틱의 낭시, 레인저스의 마틴, 맨유의 아모림, 포레스트의 포스테코글루,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알론소까지, 이들은 모두 면접 당시 구단에 제시했던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만약 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그것은 현장의 감독뿐만 아니라 그들을 선택한 구단 수뇌부 역시 똑같이 순진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https://www.nytimes.com/athletic/6954812/2026/01/09/manager-sacked-philosophy-amorim-nancy-maresca/
